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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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기호학 2020.8
Semiology of Black 조지 플로이드의 살인사건이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운동에 공감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을 보면서 ‘블랙black’이라는 단어와 ‘검은색’이라는 색채에 덧입혀진 기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사람들은 흰색에 대해서 어떤 연상을 하는가? 흰색 하면 대개 깨끗함과 순결, 그리고 지향해야 할 피부색 같은 걸 떠올린다.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찬양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백옥 같은 흰 피부를 우월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흰색의 반대색을 검정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을 단순하게 밝음과 어두움으로 이분화(二分化)하고 의미를 부..
2023.01.18 -
야구 유니폼의 다양성 2020.7
Diversity of Baseball Uniforms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스포츠가 중단되었다가 한국 프로야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유럽의 축구 리그가 시작되었다. 라이브 스포츠가 사라지자 비로소 사람들은 그것의 소중함을 느낀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냥꾼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현대인에게 사냥꾼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전 세계인들이 그토록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들이 모두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냥은 혼자 사냥하는 호랑이나 곰 같은 맹수와 달리 집단의 조직적인 팀워크라는 점에서 더욱 스포츠와 닮아 있다. 팀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에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유니폼이다. 여러 종목의 유니폼 중에서도 야구 유니폼은 참으로 독특하고 복잡하다. 일반 스포..
2023.01.17 -
영화 소품이 발휘하는 환유의 힘 2020.6
The power of metonymy from movie props 영화 는 1960년대 말을 추억하는 영화다. 따라서 1960년대를 복원해야 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 고증이나 복원의 노력이 너무나 꼼꼼하고 충실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나 큰 차도에서 배우가 차를 몰고 가는 장면이 있다. 차 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로 전체를 보여주면서 차가 달린다. 시간도 꽤 길다. 이때 차도를 달리는 차들이 몽땅 그 시대의 차다. 그 시간 동안 도로의 차들을 완전히 통제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 많은 골동 차들을 모두 어떻게 긁어 모았는지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 영화는 1960년대 패션, 60년대 이동수단, 60년대 가구와 가전제품, 60년대 컬러, 그리고 60년대 포스터와 서체까..
2023.01.16 -
관음증의 권력 2020.5
The power of voyeurism n번방 회원들이 디지털 데이터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그 방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영구적으로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한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성착취 영상물을 본다는 게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관음증에 탐닉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는 순간 대단히 수치스럽다. 그것만큼 창피한 일이 어디 있을까?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 볼면목이 없을 것이다. 그들도 그 정도의 상식이 있다. 그렇다면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볼 여지는 없었을까? 관음증의 대상이 된 그 소녀들 역시 대단히 수치스러울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거기까지 인식이 닿았다면 아마도 그들은 돈을 내고 그 영상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 그 둘은 ‘권력 관계’로 ..
2023.01.13 -
형태가 된 정보 2020.4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또는 그래프 같은 인포그래픽이다. 이 인포그래픽은 구구절절한 여러 말 필요 없이 간략한 그림으로 확산이 많이 된 지역, 그리고 확산의 양적 크기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정보 전달 기술이다. 인포그래픽은 대단히 현대적인 그림 언어 체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역사는 매우 길어서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를 연 대표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카르트가 가로 세로의 선으로 좌표를 만들면서 인포그래픽이 탄생했다. 수평선의 x축과 수직선의 y축을 가로지르게 한 이 좌표는 정보를 대단히 입체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게 했다. 시간의 흐름..
2023.01.12 -
할리우드 영화의 글래머 2020.3
Glamor of Hollywood Movies 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충격이 하도 강력해서 디자인 칼럼이지만 영화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 영화는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것으로서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아카데미 수상은 작품성 말고 다른 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 미국 중심, 영어 중심, 백인 남성 중심의 어워드가 새로운 정기를 맞았다는 식의, 이미 언론에서 밝힌 것을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 나는 디자인 칼럼니스트로서 디자인, 더 나아가 현대의 생활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영화의 광팬, 이른바 ‘시네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네필이라고 하더라도 1980년대 초에 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