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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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라이브러리] 도시의 풍경을 담다 2023.4
Capture the scenery of the city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도시의 풍경이 한 건축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관심 두기 어려운 평범한 수많은 우리의 일상 속 공간들이 오래도록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담아냈으면 좋겠다. 골목을 걷다가 작은 틈새를 마주쳤다. 지번과 지번이 만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작은 틈새길, 이곳에 좁고 긴 계단이 생겼다. 대부분의 일반적 삶의 잣대가 쉽고 편한 대로로 가려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좁고 경사진 저 계단으로 가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골목을 응시하며 잠시 기다려 본다. 좁은 길을 찾는 자는 드물기에 오르다가 내리다가 힘들면 기대고 쉬어갔으면 좋겠다. 비뚤어지고 불규칙한 계단 길 그리고 높은 옹..
2023.04.18 -
헤아림의 슬기 2022.9
The wisdom of counting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어머니가 인두를 이용해 저고리 동정을 다림질하신 것이 기억난다. 어머니는 인두를 숯불에 올려놓고 적당한 온도에 다다르면 동정을 다림질하셨다. 그때 인두가 너무 달궈지면 동정이 손상되므로 적정한 온도에 기준을 정하기 위해 어머니는 소리 내어 셈을 하시곤 했다. 이윽고 수차례 인두 다림질을 마치고 동정이 반듯하게 다려지면, 동정 달기 바느질을 하시고 어머니는 일을 마치셨다. 어머니 하시는 일을 도와드릴 나이가 안되었고 손도 서투르므로 나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 기억이 나는데, 중요한 사실은 정확한 시간을 기다려서 알맞은 온도를 이용하여 해당 일을 균등하게 적용시킨 후, 원하는 품질로 일을 마친다는 지혜를 배운 것이다. 그 헤아림의 슬기는..
2023.02.23 -
몽당연필, 아날로그의 추억 2022.8
A stubby pencil, analog memories 호랑이 담배 피다 금연할 즈음, 연필을 깎아 도면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그 해, 실습생 때부터 얼마간 모아온 몽당연필. 왜 그딴 걸 모았느냐구? 기인 같았던 선배 한 분께서 무조건 그러라고 해서다.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사무실에선 모든 드로잉을 할 때 샤프가 아니라 반드시 연필을 쓰게 했다. 점점 짧아지면 볼펜대에 끼워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쓰다가 검사받고 새 연필을 타 쓰고를 반복하던 어느 날, 벌꿀 유리병에 몽당연필이 반쯤 채워졌을 무렵 그 선배는 늦은 밤 포장마차에서 취한 목소리로 그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네놈이 끝까지 설계밥을 먹을지 아닐지 내 알 바 아니나 혹여 연필 가루 계속 마시고 있다면 강산이 몇 ..
2023.02.22 -
김제 벽골제 2022.7
Gimje Byeokgolje 서기 330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1700년 전의 사건을, 삼국사기는 이렇게 담담히 전하고 있다. 이른바 벽골제의 초축(初築)에 관한 얘기다. 二十一年 始開 碧骨池 岸長 一千八百步 (이십일년 시개 벽골지 안장 일천팔백보) 흘해왕 21년에 처음으로 벽골지(碧骨池)를 축조하였는데, 그 둑의 길이가 1,800보(步)였다고 한다. 1,800보(步)가 어느 정도인지는 단위 환산에 따라 다소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 발굴조사에서 드러난 길이는 약 3.8킬로미터에 이른다. 무려 십 리(里) 길이다. 자동차 운행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3.8킬로미터의 거리는 눈 깜짝할 새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짧은 거리’이겠지만, 멀고 먼 저 옛날 그것도 초기 철기시대에 맨몸으로 땅을 파고 밟고, 또 흙과..
2023.02.21 -
마라톤을 합시다 2022.6
Let's run a marathon 무슨 일이든지 체험담을 얘기하는 것이 실감 나고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에 경험 위주로 말씀드리지요. 본인은 원래 축구도 좋아하였지만 대학교 졸업 후 테니스에 상당히 심취하여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테니스 단식 게임을 해야 잠이 올 정도였습니다. 조기 축구회에도 가입하고자 하였으나 마눌님의 휴일 운동 금지령과 더불어 가족을 배려하고, 특히 주일에 주님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는 조기 축구가 날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테니스에 더 심취했지요. 그러나 이 운동은 짝이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라, 파트너가 없으면 테니스장을 나가기가 두려웠었죠. 테니스를 같이 하시던 분들이 전근을 가시고 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짝이 없어지고… 파트너가 없이 운동하기도 그렇고 해서 한동안, 근 1년..
2023.02.20 -
자유로운 영혼 건축에 안착 2023.2
Settled on free spirit architecture 늦은 나이에 내가 건축사가 될 줄이야… 나는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사사무소에서 4년 정도 근무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학원 생활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배워 보겠다며 커피 공부를 하고 관련 직업으로 10여 년을 일했다. 그때는 그게 너무 재미있었고,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줄도 몰랐다. 커피를 만드는 것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여행자가 되어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을 여행하며 또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준비하며 항상 그 나라의 건축물을 먼저 살펴보며 어쩔 수 없이 난 건축인이구나 생각했다. 다시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무작정 지인의 건축사사무소에 취업을 부탁하고 폐가 되지 않기 위해 감리업무와..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