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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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래희망은 그냥, 나! 2024.12
My Future Hope Is Just Me! 아직 아무것도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어른들이 내게 물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의 대답은 자주 바뀌어서 간호사였다가 선생님이었다가 여섯 살에는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인이라는 장래희망은 속으로만 품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시인은 어른들이 머리 쓰다듬을만한 유망한(?) 직업은 아니라는 자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는 입 밖에 내기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아서 내가 살아온 시대는 꽤 오랫동안 여자는 비록 ‘인형’이라도 무엇이나 될 수는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1959년 3월 9일 뉴욕 장난감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해서 출시 첫해에만 30만 개가 넘게 팔린 인형 세계의 셀러브러티, 마텔사(Mattel..
2024.12.31 -
연필과 노벨상 2024.11
Pencils and Nobel Prize 한 자루의 연필을 생각한다. 글자를 쓰기 전 꼬불꼬불 쭉쭉 셀 수 없이 그렸던 직선과 곡선을 기억한다. 기역, 니은, 디귿…, 연필심에 침 발라가며 꾹꾹 눌러쓰던 서툰 자음과 모음을 떠올린다. 빈 공책을 앞에 두고 무엇을 쓸까 막막하던 순간은 얼마나 많았던가, 쓴 뒤에 지우고 싶었던 문장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날씬하게 길던 연필이 점점 닳아 짧아지면 하얀 모나미 볼펜 깍지에 끼워서 썼지. 겨우 새끼손가락 한 마디 길이였던 몽당연필의 부지런함을 새삼 그리워한다. 모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불러일으킨 상념이다. 10월 10일 늦은 저녁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했다.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읽으면 너무..
2024.11.30 -
환골탈때 하면, 환골탈태 될까? 2024.10
If we scrub off the dirt, then will we turn over a new leaf? ‘쉿! 주인 몰래 영업합니다 몰래탕’ 부산 영도구에 있는 오래된 목욕탕인 봉래탕 건물에 알쏭달쏭한 문장을 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목욕탕 정기 휴일에 열리는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광고하는 현수막이었다. 2023년 6월 두 차례 진행된 ‘몰래탕’ 팝업 스토어는 매끈목욕연구소와 봉래탕의 협업 행사였다. 1986년 문을 연 봉래탕은 창업자의 아들이 이어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38년이나 된 동네 목욕탕이다. 매끈목욕연구소는 도시를 디자인하고 브랜드화해 가치를 부여하는 부산의 도시 브랜딩 회사 ‘싸이트브랜딩’의 사내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 연구소는 부산의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래..
2024.10.31 -
광고, 도시의 풍경을 바꾸다 2024.9
Advertising, changing the cityscape 2024년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삼성전자 영국 법인은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 Z 폴드6와 Z 플립6를 홍보하기 위해 런던에서 폴드 타운 캠페인을 전개했다. 폴드 타운 캠페인은 런던 동부의 올드 타운(Old Town)을 잠시 폴드 타운(Fold Town)으로 변신시킨 옥외 광고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런던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TfL)의 협조를 얻어 지하철역의 간판과 개찰구, 에스컬레이터, 플랫폼에 붙어있는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라는 역의 이름을 폴드 스트리트(Fold Street)로 바꾸어 달았다. ‘오래된 거리’가 ‘접는 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폴드 스트리트로 변신한..
2024.09.30 -
누구는 태양을 가두고 누구는 태양을 가리고 2024.8
Someone traps the sun Someone covers the sun 해가 거의 뜨지 않는 긴긴 극야(極夜)가 지나고 여름이 되면 스웨덴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최소한의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양을 만끽한다고 한다. 아무리 뙤약볕이라도 그늘을 찾는 이들은 없단다. 게다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여름인 6, 7, 8월에도 최고 기온이 22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다. 여름인데도 비교적 쌀쌀한 날씨와 햇볕에 대한 목마름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카페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야외 테라스 자리를 찾아 앉는다. 당연히 해가 안 드는 그늘진 자리에 있는 의자들은 앉는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기 마련이다. 찾는 이 없어 외롭게 놓여있는 이 의자에 주목한 회사가 있다. 스웨덴에서 탄생한 세계 ..
2024.08.31 -
마침표를 찍는다는 일 2024.7
Putting a period 신입사원 시절, 인쇄광고의 카피를 쓸 때 헤드라인에는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배웠다. 물음표나 느낌표, 쉼표는 다 사용하는데 유독 마침표는 쓰지 않았다. 무심코 마침표를 써서 카피를 넘겨도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알아서 헤드라인의 마침표를 빼고 제작물을 만들었다. 문법적으로는 분명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어야 옳은데 헤드라인은 항상 그 문법을 무시했다. 시각적으로 더 깔끔해 보여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검색을 하다가 마침표를 생략하는 것이 미국에서 널리 준수되는 AP(Associated Press)통신의 스타일 지침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AP통신의 지침은 기사의 헤드라인을 쓸 때 요점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마침표를 포함한 불필요한 구두점을 없애고 간결하게 작..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