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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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선물일까 괴물일까? 2024.6
AI, a gift or a monster? 모 전자회사에서 새로 내놓은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 회의의 주제는 이 제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였는데, 관련한 팀원들이 각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노트북을 열고 파워포인트의 ‘새 문서’ 화면을 펼쳤다.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떠오를 리 없으니 몇 분이 흐르도록 빈 화면의 커서만 졸린 눈처럼 끔뻑끔뻑거렸다. 온라인 세상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게 물었다. 모모전자에서 이런저런 특징을 가진 제품이 새로 나왔어. 이 제품의 타깃 고객층은 누구일까?1분이 채 되기 전에 700자, 즉 원고지 3장 반 분량의 답변이 돌아왔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지만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발판으로..
2024.06.30 -
두 번은 없을, 새봄 2024.5
New Spring, which won’t happen twice 여느 때처럼 헤드폰을 끼고 출근길을 걷고 있었다. 헤드폰을 끼면 주변의 소리가 모두 사라진다. 소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도 덩달아 희미해진다. 바로 옆을 지나치는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컵도,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선 사람들이 뿜어내는 아침 담배연기도, 짐을 내리는 택배기사의 분주함도 영화 속 화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헤드폰의 소리에만 집중하며 걷던 내 눈에 무언가 번쩍하고 들어왔다. 코엑스 건물에 달려 있는 글판에 내걸린 문안이었다. 새싹을 밟을까봐, 아이는 깡총깡총 걸었다 뭐지? 저렇게 순한 문장은? 새싹을 밟을까봐 조심하는 어린이라니, 게다가 살금살금 걷지 않고 봄 햇살이 주는 흥을 못 이겨서 깡총깡총 걸었다..
2024.05.31 -
아파트, 우리집 2024.4
Apartment, my house 우리나라 최초로 아파트라는 이름을 사용한 건물은 1930년 서울 회현동에 지어진 일본 기업 미쿠니(三國)상사의 관사 ‘미쿠니아파트’였다. 하지만 미쿠니아파트는 엄밀한 의미에서 아파트라고 할 수는 없다. 국어사전은 아파트를 ‘공동 주택 양식의 하나. 오 층 이상의 건물을 층마다 여러 집으로 일정하게 구획하여 각각의 독립된 가구가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주거 형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쿠니아파트는 3층이었고 화장실과 주방이 공용이었다고 하니 오늘날 아파트의 기준에는 미달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라는 기록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8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세워진 종암아파트가 차지했다. 5층 높이 152가구의 종암아파트는 미국 자본의 지원과 독일 회사..
2024.04.30 -
우리 회사의 빌런은 누구일까? 2024.3
Who is the villain of our company? 2023년 8월 롯데손해보험은 ‘세상에 없던 보험의 원더랜드’를 지향하는 보험플랫폼 앨리스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했다. 앨리스에서는 가족 한 명만 대표로 가입하면 되는 ‘캠핑차박보험’, 학교폭력이나 스쿨존 교통사고 등을 보장하는 ‘청소년보험’, 부모님에게 보이스피싱 등 전자통신금융사기가 발생할 때 보상하는 ‘MY FAM 불효자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16가지의 보험상품 중 직장인보험이 특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원형탈모·대상포진·통풍 등 직장 내 괴롭힘이나 스트레스로 생기는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인데, 직장인의 일상 속 악당(빌런)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뜻에서 ‘빌런(VILLAIN)’ 보험으로 이름 붙..
2024.03.31 -
엄마는 그냥 엄마다 2024.2
Mom is just mom 막내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로 여행을 간단다. 행여 뭔가 빠트리고 가지나 않을까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했다. “트레킹도 한다며? 목이 긴 양말도 챙겨.” “병원 예약 미리 연기해. 한 번 놓치면 한 달 기다려야 하잖아.” “잘 못 온 신발 교환하러 택배 기사님 올 텐데 먼저 받은 거 현관문 밖에 내놓는 거 잊지 마.” “눈 온다, 공항에 늦지 않게 좀 미리 움직여.” 노심초사 엄마의 잔소리는 결국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막을 내렸다. 큰 아이가 밤낮이 거꾸로인 북미로 출장 갈 예정이란다. 아침 비행기인지 며칠이나 머물다 오는지 누구와 같이 가는지 궁금해서 계속 물었다. 호기심 엄마의 질문은 “뭐 하러 그걸 다 알려고 해요?” 하는 떨떠름한 대꾸로 끝..
2024.03.08 -
“세상이 점점 편리해질수록 나는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2024.1
“As the world is getting more convenient, I feel more and more uncomfortable.“ 집 앞에 꽈배기 가게가 새로 생겼다. 간판도 내부도 깔끔하고 맛나 보여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한 명이 판매대 앞에 서있었다.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려는데 옆에 있는 키오스크를 가리킨다. 매장을 둘러보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기계다. 익숙하지 않은 키오스크를 잡고 씨름하느라 겨우 꽈배기 하나를 결제하는 데 5분이나 걸렸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놈의 NFC는 왜 새 기계에 대기만 하면 말썽인지… 내가 씨름을 하거나 말거나 꽈배기 가게 주인은 무심했다. 손님도 없고 혼자 우두커니 서있느니 그냥 주문을..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