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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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곁에 오래 두고 사귄 벗 2023.2
Song, a long-time friend 중학교 졸업반 겨울 방학 동안에 기타를 처음 접하고 배우다가 음악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긴 겨울 방학을 기타와 함께 보내고 나서, 고교 입학 후 음악 첫 시간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충실히 잘 배우면 작곡이 가능하도록 가르쳐 주겠다” 하셨는데, 이 말은 마치 가물었던 내 마음 밭에 단비처럼 내려와 노래와 음악에 대한 커다란 환상을 심고 무궁무진한 꿈을 키우게 해주었다. 당시 대학가요제가 태동하여 인기가 엄청나던 때였고, 기타 반주를 하며 포크 송을 부르는 것에 대한 멋과 욕구가 지대했던 때라, 그동안의 초·중학교 음악 수업에 대충 얻은 지식을 일거에 바꾸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한 학기 후 대학입시라는 중..
2023.02.16 -
옹이 2022.2
Node 오늘 아침, 가구(架構) 조립을 앞둔 대들보와 우연히 마주쳤다. 처음에는 그 크고 웅장한 체격에 압도당했지만, 곧바로 뽀얀 목질(木質)에 선명히 박혀있는 옹이가 눈길에 밟혔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몸에 옹기종기 붙어 있었을 그 수많은 가지와 어찌 생이별했을까? 생살이 잘려나간 아픔은 또 어찌 견뎌냈을까? 그래, 얼마나 힘들었으면 마침내 땅 위에 반듯하게 뉘어져 있는 이 순간까지 모든 옹이란 옹이의 얼굴에서, 저렇게 피눈물을 흘리듯 송진을 토해내고 있을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대들보가 갑자기 애처로워졌다. 흔히 곧고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지만, 보통 나무에는 수많은 옹이가 박히게 된다. 그 생김새도 각양각색이다. 이제는 흉터조차 희미..
2023.02.16 -
성명, 한 사람의 모든 것 2022.1
Full name, a person's everything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 속담은 나에게 소리친다. 눈 덮인 산길 걸어갈 때 발자국이 남는 것처럼, 삶에 ‘역사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한자·한문 공부를 많이 강조하셨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응당 한자로 이름을 쓰도록 내 이름 석 자를 한자로 가르치셨다. 그 덕택에 어려서부터 나는 한자로 이름을 쓸 줄 알게 되었고 심지어 친구들 간에도 한자 이름을 알게 되었다. 죽마고우인 경원 친구의 가운데 이름이 서울 경(京) 자로 쓴다는 것과 길수 친구의 길할 길(吉), 시용 친구의 얼굴 용(容) 자도 알게 되었다. 이윽고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학년 초 어느 날 선생님이 호적초본을 제출하라고..
2023.02.15 -
메신저 2021.12
Messenger 요즈음은 메시지(message) 전성시대인 것 같다. 더구나 성큼 다가온 정치의 계절을 맞아 유력 정치인들이 생산해 내는 메시지는 한층 더 요란해졌다. 한때는 파란 머플러를 휘날리며 “새빨간 거짓말”을 힘주어 외치던 이가 있었는가 하면, 또 빨간 넥타이로 남다른 ‘정열’을 강조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빈 손바닥에 근대 이전의 유물인 ‘왕(王)’을 새겨놓고 주술처럼 펴 보이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속으라는 얘기인지, 웃으라는 얘기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보통 메신저(messenger)라고 한다. 군대에서는 이를 전령(傳令)이라고도 부른다. 고대의 전령은 우선 잘 뛰어야만 했다. 사실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도, 마..
2023.02.14 -
건축사(Architect)로 산다는 것은 2021.11
Living as an architect ‘어떻게 하면 평범한 일상에서 건축의 공간을 느끼고 더 좋고 편리한 건축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질문의 연속이다. 나는 대학 시절 서양의 유명 건축사의 이론과 작품을 탐구하면서 건축을 시작했다. 유명 건축물들의 섬세함과 공간의 창의성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나도 저런 건축을 하는 건축사(Architect)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살아왔다. 건축 스타일과 구축 방식은 수 세기 동안 역사적인 기록과 작품으로 우리에게 전달되어 우리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변화하여 오늘날의 건축 형태를 만들어 냈지만, 좋은 건축을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족하며 감동을 전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건축사는 어떤 메신저(messenger·전달자)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2023.02.13 -
미국 집 짓기 2021.9
Building American house 벌써…!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이 국내 대학원을 다니다 잠깐 쉬는 동안(?), 국내의 중견기업에서 영업직 근무를 경험하도록 했다. 약 1년을 다니며 스스로 느낀 것이 있던지, 하루는 “아빠, 나 미국 유학하겠습니다!” 하길래 아들의 미래를 생각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을 지원해 보라고 하여 아들의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미국 교육과정을 마치며… 캔자스 주립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결혼도 하고, 지도 교수를 따라 네브래스카 대학으로 이사도 했으며, 연구원 활동을 하다가 지금의 휴스턴 ‘베일러 의과대학’ 연구직으로 옮겨 지난해 Neuro Scientist 종신교수로 임명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의 생활도 정착 단계이다 보니, 주택을 구매할..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