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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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이미지 vs 가상공간 속 이미지 2023.3
Physical Image vs Cyberspace Image 1980년대에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극장엘 가든지 아니면 주말에 TV에서 해주는 영화 프로그램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TV 채널은 3개밖에 없어서 주말에 해주는 영화도 3편이 최대치다. 극장에서 개봉하거나 TV에서 해주는 영화 이외에는 볼 길이 없었다. , , 같은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들은 그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 볼 수가 없었다. 그저 잡지에 실린 스틸 이미지로만 아는 영화가 대부분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비디오가 대중화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새로운 통로가 생겼다. 하지만 대중적인 영화 위주로 출시되는 비디오로는 나 같은 시네필(Cinephile, 영화 애호가)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디..
2023.03.16 -
왜 글꼴의 형태에 특정한 관념이 붙을까? 2022.9
Why is there a specific notion attached to font types? 영화 에서 와인바를 찾은 한 여성이 주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와인바 라이터가 이게 뭐냐. 치킨집 라이터도 아니고.” 이 여성은 라이터 표면에 새긴 와인바 상호의 글씨체가 촌스럽다고 지적한 것이다. 주인은 이렇게 답한다. “안 그래도 단가 높은 걸로 새로 주문했어.” 이 대화에서 현대인이 갖는 두 가지 관념을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와인바에 어울리는 글꼴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예쁜 글씨체를 얻으려면 돈을 좀 써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예쁜 글씨를 디자인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와인바에 맞는 글꼴을 찾아줘야 한다. 이 말은 특정한 관념에 ..
2023.02.23 -
글꼴과 형태에 부여된 뜻 2022.8
Meaning expressed in fonts and shapes 최근 국정원의 원훈석이 간첩 글씨체로 쓰여서 교체해야 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글꼴을 디자인한 사람은 신영복이다. 신영복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20년 만에 가석방되었다. 그러니 신영복은 간첩이라는 것이고, 그가 쓴 글씨체는 간첩 글씨체가 된 셈이다. 간첩의 글씨체로 어떻게 국정원의 원훈을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신영복의 글씨체는 ‘어깨동무체’로 널려 알려졌고, 디지털 서체로 만들어져 누구나 쓸 수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신영복은 존경받는 학자, 아니면 간첩이라는 극단적인 판정으로 엇갈린다. 이 글에서 신영복이 진짜 간첩이냐 아니냐, 그래서 그의 글씨체가 진짜 간첩 글씨체냐 아니냐를 밝히려는 생..
2023.02.22 -
디자이너의 나이 2022.7
The designer's age 송해가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칼럼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존칭 없이 이름만 쓴다. 하지만 ‘송해가’라고 표현하는 것이 왠지 불경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령 아나운서였다. 그것이 어떤 직업이건 90대에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포르투갈 영화감독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는 104세의 나이에 장편 영화를 연출했다. 영화 대본도 본인이 썼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잔느 모로는 당시 84세였다. 이런 경우는 아주 희귀하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자극을 준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이와 일, 성취의 상관관계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나이는 어떨까? 건축, 디자인계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대표적인 인물은 프랭크 로이드..
2023.02.21 -
모더니즘과 엔트로피 2022.6
Modernism & Entropy 문학, 미술, 음악, 건축, 가구 등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모더니즘의 보편적 특징은 새로움이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모던 건축과 모던 디자인 역시도 역사주의와 결별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표해서 사람들을 당혹하게 했다. 문학이나 미술, 음악은 그것을 감상하려면 특정한 공간으로 들어가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그것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제임스 조이스가 아무리 낯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해도 그것을 읽지 않는 한 그 새로움을 체험할 수 없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그림이나 쇤베르크의 무조음악도 보거나 듣지 않으면 현대인의 삶과 별로 관계가 없다. 그러니 문학과 미술과 음악은 그 새로움이 피부에 와닿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실제..
2023.02.20 -
디자인은 미디어를 따른다 2022.5
Design follows the media 미디어는 우리의 사고체계를 바꾼다.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은 문자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보다 덜 논리적인 대신 통합적인 사고를 한다고 미디어 학자인 마셜 맥루언은 말한다. 미디어는 사고체계뿐만 아니라 내용과 디자인도 결정한다. 맥루언은 그것을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표현했다. 유화와 수묵화 물을 많이 사용하는 동양의 수묵화와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서양의 유화는 그림의 형식도 다르지만, 화가가 선택하는 그림의 대상도 다르게 만든다. 번들거리는 특성을 갖는 유화는 모든 사물들을 반짝거리게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이에 따라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부유한 후원자는 자기가 소유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지를 과시하는 도구로 유화를 활용했다. 17세기 네..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