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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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경사로 그리고 저소음 구역 2024.3
Stairs, ramps and low noise areas “내 건물에 장애인이 들어올 일은 없는데 왜 장애인 경사로를 설치해야 합니까?” 건축 설계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좋든 나쁘든 인상적인 기억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 말을 듣던 날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건축주는 허가를 진행하며 관련 부서들과 협의하는 단계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로 건물 입구의 단차를 경사로로 바꿔야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지만, 지어질 건물이 관련 법률에 의해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 대상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주는 이유를 듣고 난 후에도 자신의 건물에 공공이니 공중이니 하는..
2024.03.31 -
[건축비평] 풍경작용, 여백 그리고 인시튜(IN SITU) 미학 2024.2
Architecture Criticism_Scenery’s effect, Empty space & In situ work 자경(自景) ‘풍경을 담은 집, 풍경 속에 담긴 집’, 이 주택의 이름을 듣고 주택을 마주하는 순간 풍경작용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발동한다. 과연 어떠한 풍경작용이 숨어있기에 이러한 시적이고 정겨운 이름을 지었을까? ‘자경(自景)’이라는 풍경작용이 단번에 머릿속에 떠오른다. 건축에서 풍경과의 관계는 도시가 아닌 전원 속의 집에서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풍경작용은 집을 거주하기에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 한옥은 풍경과의 관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옥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한옥의 공간 구조는 주변의 풍경을 끌어들여 함께 ..
2024.03.08 -
대표 건축사로서의 첫 일 년 2024.2
The first year as a representative architect 미국에서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 실무를 시작한 지 8년쯤 되었을 즈음에 독립을 꿈꾸게 되었고, 공모전 당선으로 한국에 돌아와 대표 건축사로서 한국에서의 첫 사회생활과 건축 실무를 동시에 시작하게 되었다. 독립한 지 몇 해가 흘렀지만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은 매번 어렵고, 여전히 대표 건축사라는 직책과 책임은 무겁다. 학교를 졸업하고 실무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은 참 다양하지만, 한국에서 독립한 후 첫 일 년간 경험한 일들은 아직까지 쉽게 잊히지 않는다. Episode 01 지방의 한 중소기업 회장님과 첫 미팅을 하게 되었다. 준비해 간 디자인 기획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회장님이 농담처럼 던진 첫마디는 프로..
2024.03.08 -
발코니가 바라본 세상_아파트, 우리는 발코니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2024.2
The world seen from the balcony Apartment, how do we see the world from our balcony 1. 향수鄕愁 도시 한쪽에 지어진 아파트 한편 발코니에 앉아있다. 좀 비좁아도 자생란 몇 분 키우면서 계절도 느끼고 식물의 생명력을 발견한다. 다행히 동쪽으로 트인 공간이어서 여름에는 일사 조절을, 겨울에는 거실에 제법 습도 공급을 해주었음에 고맙게 생각한다. 아내의 알레르기가 없었으면 잉꼬 한 쌍이 이곳에서 자자손손 번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길 건너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은 내게 너무 익숙해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새벽부터 일꾼개미들이 먹이를 찾아 콘크리트 정글을 부산하게 서울로 향한다. 마주하는 인접한 아파트 외벽은 이..
2024.03.08 -
[건축담론] 도시의 변화와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건축사의 역할 2024.1
Architects’ role for urban change and livable cities 도시설계의 정의 “도시는 하나의 큰 집이고, 집은 하나의 작은 도시이다” -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인간이 모여 살기를 시작한 이래로 궁극의 시스템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이른바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이 ‘도시’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라기보다는 작은 단위의 모여 살기 방식인 개별적인 ‘건축’의 집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에는 이 ‘건축’들 간의 상호 관계들로 이루어진 집합이 우리가 말하고 있는 ‘도시’인 점을 감안했을 때,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애초에 몹시 모호하고 애매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건축설계와 도시설계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2024.01.31 -
[건축담론] 도시설계와 건축사 2024.1
Urban Design & Architect 도시설계의 영역 도시설계 용역에서 건축사는 주로 도시계획 엔지니어링사가 주관하는 설계사 컨소시엄에 구성원으로 참여해 건축 예시안을 작성하거나 규모검토 기반의 토지이용계획 작업에 대한 협업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설계는 도시계획과 건축설계의 두 영역에 각각 교집합을 갖는 중간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이 글에서는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정비계획)과 도시개발사업의 사업계획·단지설계·마스터플랜·도시건축통합설계 등 개발사업을 위한 도시설계 영역에서의 건축사의 참여 방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다양한 규모·성격의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과거에 경험했고 현재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시설계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여정 중에 있다는 필자 스스로의 평가를 염두에 ..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