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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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⑪ 관광으로 평가받는 건축의 가치와 도시 발견 2024.3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⑪ The value of architecture and the discovery of cities considered to be tourism 유유자적 (悠悠自適) 유사 이래, 여흥으로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 이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돈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나 가능했기에 귀족이나 부르주아들만 가능했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사치스러운 행위이면서 지적 유희의 행동이었다. 물론 여행의 어원을 고대 시대 또는 중세 십자군에서 찾기도 하지만 오늘날 이야기하는 근대적 의미는 아니었다. 근대 이후의 여행은 위락과 휴식, 새로운 경험과 교양의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다. 오늘날 관광과 여행이라는 이 두 ..
2024.03.31 -
도시 오딧세이 ⑩ 아직 남아 있는 쓰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공간 2024.3
City Odyssey ⑩ A space that is still anxiously waiting for its remaining uses 동대문을 벗어난 발길이 개천(開川)으로 향한다. 왕비가 청령포로 귀양 가는 왕과 눈물로 이별했다는 영도교(永渡橋)에 이른다. 곧게 흘러온 물이 오간수문을 빠져나와 이곳에서 활처럼 휜다. 아낙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었을 빨래터를 지나선, 개천은 점점 품을 넓힌다. 영도교가 청계7가∼8가 한가운데에서 개천을 건넌다. 경상도와 강원도, 함경도로 향하던 길 초입으로, 왕십리 지나 뚝섬과 광나루를 잇대었으니 분명 번잡하였으리라. 다리 건너가 황학동이다. 성동공고 남측 가구 거리가 왕조시대부터 장터였으니, 이곳 역시 물산과 사람들로 넘쳐났으리라. 왕십리 채소밭과 황학동 미나리꽝이..
2024.03.31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⑩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2024.2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⑩ Gentrification phenomenon does not distinguish between right and wrong 젠트리피케이션이 죄일까? 도시에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은 성장 또는 쇠퇴 과정에 발생하는데,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렇다. 건축행위는 이런 갈등의 접점에 있기에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성장하고 정체된 도시에서도 새로운 갈등이 나타난다. 이런 갈등은 기존 생활 거주자와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과의 사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소위 재개발 갈등이다. 이런 과정에서 극렬한 충돌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
2024.03.08 -
도시 오딧세이 ⑨ 어떤 힘으로 공간을 지켜내야 할까? 2024.2
City Odyssey ⑨ What power should we have to protect the space? 동네는 낙산 언덕배기에 기댔다. 다닥다닥 어깨 겨누어 앉은 집들이 평화로워, 오히려 맵시 있어 보인다. 구불구불 골목은 가파르다 못해 숫제 등산을 방불한다. 아슬아슬 주차된 차바퀴엔 예외 없이 벽돌이 괴이고, 걷기에도 버거운 가파른 길을 오토바이는 빨리도 오른다. 골목은 온통 소리로 그득하다. 소형차와 오토바이, 삼발이가 쉴 새 없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곳을 동대문 패션타운과 연결하는 실핏줄 같은 존재들이다. 여기저기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는 마치 재깍거리는 시계 같다. 하지만 이곳엔 빨갛고 노란 꽃들이 가득 필 꽃밭이 없다. 오히려 소금 땀 비지땀 연신 흘려야, 다가오는 계절을 온전히 ..
2024.03.08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⑨ 욕망과 절제의 관계에 조정되는 도시와 건축 2024.1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⑨ Cities and architecture adjusted to the relationship between desire and moderation 건축은 안전하게 사람을 보호하는 피신처의 기능도 있지만, 과시나 욕망의 결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 상호 간의 갈등과 긴장처럼 건축들은 서로 관계를 형성한다. 개별 건축 자체가 소유한 자들의 욕구 또는 필요에 의한 것이라 이해관계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건축이 모여서 만들어진 도시는 수많은 사람의 관계처럼 욕망과 절제, 균형과 질서로 형성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건축과 도시에서 형성 또는 통제되는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관계는 지극히..
2024.01.31 -
도시 오딧세이 ⑧ 지키고 가꿔야 할 골목 문화는? 2024.1
City Odyssey ⑧ What is the alley culture to keep and grow? 불과 얼마 전이 먼 옛날처럼 까마득하다. 추분이 지난 2022년 어느 날, 골목에 들어 ‘힙(hip)’하다는 걸 실감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어스름이 깔리자 골목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곳의 상징인 노가리에 생맥주를 즐기려는 발길은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끊이지 않았다. 젊은이는 물론 중장년의 회사원들,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모든 연령층이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 지금은 아득해진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지난 풍경이다. 골목은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쫓김을 당한 갈등 공간이기도 했다. 맨 처음 자리 잡아 골목을 키워낸 ‘을지OB베어’가 임차권 갈등으로 폐업하며 사라졌..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