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31. 09:30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 Review of Participation in The 24th Korea China Japan Registered Architects Organizations Meeting
한중일건축사협의회는 대한건축사협회(KIRA), 중국건축사등록관리위원회(National Administration Board of Architectural Registration of P.Q.R.C), 일본건축사회연합회(Japan Federation of Architects and Building Engineers Associations)가 함께하는 건축 분야의 주요 교류 협력 행사이다. 1997년 1월 북경에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로 24회를 맞이한 이 협의회는 세 나라의 건축사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과 도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력의 장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번 협의회는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본 센다이에 위치한 도호쿠대학교 재해과학국제연구소에서 열렸다. ‘재해(Disasters)’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자연재해 예방과 복구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센다이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지진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자연재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기에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졌다. 도호쿠대학교는 일본 전통의 7개 국립대학 중 하나로, 자연재해 연구에 특화된 명문 기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에는 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을 비롯해 오현근, 전영석, 석한수 이사, 오동희 국제위원회 자문위원, 박종대 위원, 도규태 부위원장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 프로그램 1 : 워크숍
주제 : 자연재해에 대한 고찰 - “연구에서 사회 구현까지”
29일 첫날, 도호쿠대학교의 무라노 오사무 교수와 코시무라 슌이치 교수가 각각 ‘재해대응 순환체계’와 ‘재해 복원력 공동창조센터 및 디지털트윈 활용’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한중일 각국의 대표들이 재난 대응과 복구 사례를 발표하며 자연재해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공유했다.
각국의 사례 발표
- 일본 사례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마을이 15.5m 높이의 쓰나미로 파괴되며 주택의 62%가 손상되고 620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 마을은 단순 복구를 넘어 창조적 재건을 목표로,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거듭났다.
첫째, 재난 공공 주택 738세대를 조성하고, 고지대 이전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했다.
둘째, 재생 에너지와 바이오매스 기술을 도입해 환경과 공존하는 도시를 설계했다.
셋째, 어업과 관광업을 부흥시키는 한편, 와이너리와 목재 제품 개발 등 신산업을 창출해 경제를 활성화했다.
이러한 사례는 미나미산리쿠가 재난을 극복하고 강력한 지역 공동체로 다시 서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 중국 사례
2008년 쓰촨성 원촨 지진은 약 87,0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450만 가구가 집을 잃은 중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재난 중 하나였다. 중국은 과학적 평가와 정책 연구, 체계적인 복구 계획을 통해 재난 지역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재건 과정은 네 단계로 진행됐다. 긴급 구조, 과도기적 재정착, 본격적인 재건, 그리고 장기적 개발로 이어지는 이 체계는 도시와 농촌 주택 복구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 시설과 생태 복원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포함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이후 2013년 루산 지진, 2017년 주자이거우 지진에서도 활용되며, 글로벌 재난 복구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한국 사례
한국은 2016년 경주 지진을 통해 자연재해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실감했다. 초기 재난 알림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피해 지역의 건물 복구와 문화재 보전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국민의 재난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훈련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이후 한국의 재난 대응 정책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
워크숍의 성과
워크숍 이후 일본건축사회연합회 국제위원장 사쿠라이 야스유키의 사회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실무자들로부터 현장의 경험을 배우고, 실무자들은 연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각국은 재난 대응과 복구에 있어 한층 더 발전적인 관점을 확보했다.
■ 프로그램 2 : HOPPA 회의
30일 오전에는 HOPPA(Handbook of Professional Practice for Architects) 2판 발간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HOPPA는 2007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시작되어, 2013년 중국 하이난에서 초판이 발간된 이후 각국 건축사들이 상대국에서 실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집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7년 발간을 목표로 최신 정보를 반영한 2판 제작 계획을 논의하며, 면허 제도, 설계 표준계약서, 건설공사 표준시방서 등 주요 내용을 업데이트하기로 합의했다.
■ 프로그램 3 : 오픈 세션
30일 오후 도호쿠대학교 재해과학국제연구소에서 열린 오픈 세션은 대한건축사협회, 중국건설부 전국등록건축사관리위원회, 일본건축사회연합회, 미야기현 건축사협회 등 약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픈 세션에서는 한중일 건축사들이 다양한 재난 사례와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서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한국 사례 발표 : 산불 피해와 치유
한국 대표로 박종대 위원이 ‘산불 피해와 그 치유’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이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며, 그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수분 함량과 높은 가연성을 가진 소나무가 산림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은 주거지 인근에 방화수목대를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종대 위원은 산불로 손상된 목재 활용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제시했다. 현재 산불 피해 목재의 90% 이상이 발전소 연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건물에 피해 목재를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과 민간에서 목재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불 예방과 대응의 핵심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과 환경 운동을 결합한 창의적인 접근법을 통해, 산불 피해 목재를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단순히 재난 복구를 넘어 건축이 환경 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중국 사례 발표 : 도시와 재난 관리
중국 대표단은 도시 설계와 재난 대응 체계의 통합적 접근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쓰촨성 원촨 지진 이후 복구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기반으로, 대규모 재난에서도 도시와 농촌의 균형 발전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재건을 이룬 사례를 공유했다. 이러한 접근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뿐 아니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도 유용한 모델로 평가받았다.
일본 사례 발표 : 재난 복구와 공동체의 역할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마을의 재건 사례를 공유했다. 이들은 재난 이후 단순 복구를 넘어,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재건하고 공동체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지대 이전 프로젝트와 함께 에너지 자립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경제적 활력을 되찾는 과정이 주목받았다.
오픈 세션의 성과
오픈 세션은 단순히 사례 발표에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 간의 활발한 토론과 교류를 통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연구자와 실무자들은 각국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얻었으며, 이러한 논의는 향후 재난 대응 정책과 건축 설계 방향에 큰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 세션은 한중일 건축사들의 재난 대응 경험을 공유하며, 각국이 직면한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건축과 도시 설계가 단순히 재난 복구의 도구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기 연도 개최지 소개 및 양해각서 체결식
31일 오전에는 차기 협의회 개최지 발표와 양해각서 체결식이 진행됐다. 2025년 제25회 한중일건축사협의회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열릴 예정이며, 자세한 주제와 일정은 6개월 전에 각국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HOPPA 2판 발간 협력
이번 체결식에서는 HOPPA(Handbook of Professional Practice for Architects) 2판 발간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2027년 2판 발간을 목표로 각국의 건축사 면허 제도, 설계 업무 표준계약서, 건설공사 표준시방서 등 최신 정보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3국은 주기적인 정보 교환과 협의를 이어가며 지속적인 협력을 다짐했다.
오후에는 30일 오픈세션에서 후쿠대학교 재해과학국제연구소 히라노 조교수가 발표한 ‘오나가와’ 재건현장을 시찰했다. 오나가와 관계자(이시노마키 겐키이치바)에게서 재건 마치즈쿠리 설명을 듣고 오나가와역 광장 및 산책로, 오나가와 역사(반 시게루 설계) 및 시노마키시 문화복합시설 ‘마루혼 마키아토 테라스(후지모토 소우 설계)’를 견학했다.
맺는 글
이로써 제24회 한중일건축사협의회는 5일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1997년 첫 회의를 시작으로, 협의회는 한중일 세 나라의 친목과 건축 교류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지금, 협의회는 각국의 상황과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 정책, 교육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의 주제였던 ‘재해(Disasters)’는 일본의 지진과 지진해일, 중국의 대규모 지진과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경주와 포항 지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 역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물 부족 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번 협의회를 통해 우리는 각국이 직면한 다양한 재난 사례와 대응 방안을 고찰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경험에서 배우고 이를 한국의 건축 및 도시 계획에 적용함으로써, 재난 대응 능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의회는 큰 의의를 갖는다.
앞으로도 한중일건축사협의회는 각국의 지혜를 모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건축이 단순한 공간의 설계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글. 도규태 Do, Kyutae TOD 건축사사무소,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부위원장
도규태 건축사 · TOD 건축사사무소
경희대학교, 영국 AA school 과 Bartlett(UCL)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KPF•삼우설계에서 실무경험 뒤 2011년 TOD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 서울시교육청 공법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축의 아름다운 가치에 대하여 고민하며 ‘Timeless Design’을 모토로 건축에 임하고 있다.
dokyut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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