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31. 09:2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How Far Will Sapiens Evolve?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 AI 사피엔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부터 고대 이집트 벽화 중 낙서, 그리고 결혼 적령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를 둔 시점의 나의 모습까지 두루두루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실로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도 돌연변이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그리고 좀 더 발달된 인지 능력을 시작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조금씩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사피엔스는 서로 대화를 통한 소통과 협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자를 발명해 기록하면서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통해 교육을 받고 계승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정복자로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농경문화를 이루고 산업혁명을 통해 공장을 만들고, 도시가 형성되고 모여 살면서, 타 동물들이 초월할 수 없는 협동과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것이다. 최재붕 교수의 전작 『포노 사피엔스』에 이은 이 책은 ‘인류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뛰어넘어, 인류는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 여겨질 수 있는 범위마저 실행해 나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서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긴 하지만, 언젠가 거대 자본이 모여들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기록해 왔던 정보들을 총합하고 융합·발전시키면서 능력의 최대치를 발현하리라 보기에, 그 가능성의 정점은 어디일까 나의 심장은 두근두근 소리를 내고, 내 눈과 머리는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에서 챗GPT의 등장으로 메타 세상을 이루고 발전시켜 세상을 뒤덮은 AI 혁명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렸다. 이제 부모나 선배 세대로부터 지혜를 배우는 세상이 아닌 각종 스마트폰과 포탈 검색창으로부터 배우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세상 아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고 적혔듯, 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요즘 아이들 버릇이 없어, 말세야’가 이젠 보다 구체적이고 심화되어 세대 간 갈등을 보다 악화시키고 있다. 이제 그 세대 간 갈등과 성별(젠더) 갈등, 이념 갈등, 민족 내부의 갈등, 민족 간 갈등, 온난화 문제, 배기가스 문제 등 환경 관련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살아가야 사피엔스가 태양계 행성, 지구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류가 디지털 문명을 넘어 AI시대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의 문제 해결로, 더 나아가서는 보다 더 큰 관점과 시야를 확장해야만 하는 시점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우리나라 사회에 던지는 선진문명을 카피하고 쫓아가는 ‘개도국 관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저자의 메시지에서 나는 많은 지혜를 배우고, 각성했다. 또한 저자는 기존 공영이나 민영 방송국의 입지가 흔들리며 이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방송을 잘 보지 않을 것이고 유튜브, OTT, 음원사이트, SNS 등으로 접촉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파한다. 그야말로 AI 세상의 도래를 시사하는 메타 인더스트리, 냉동 김밥, BTS, 불닭, 게임, 웹툰, K팝, 드라마 등 메타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모든 산업이 빠르게 변신 중이다. 이제 소비자 중심,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왔다.
건설산업 분야에서도 AI로 생성형 아이템을 접목시켜야 많은 부분에서 혁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금 당장 터파기 공사에서 자율주행 트럭과 무인 굴착기, 드론 등은 공사 인력을 자동화된 기계로 대체 가능하게 하고 있다. 기계화, 자동화가 이루어지기 전 농지를 먼저 반듯이 정리하고 농부가 트랙터와 곡식 탈곡기와 저장 트럭을 자유자재로 운전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농사를 실행했듯이, 건설 분야에서도 농지정리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자동화 공법 연구, 기계의 융통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의 개발, 그리고 정형·비정형 건축물 모두 적용 가능한 로봇팔 개발,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는 시스템과 소음 발생을 억제하는 시스템의 개발, 환경 관련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환경 문제 해결 등을 접목한 공법 개발이 선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빠르게 변화할 메타 세상의 건축 분야(설계·감리·CM)에서 적용할 분야를 예상해 보며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상대적으로 민간공사보다는 첨단 기술 집약과 문명이 잘 적용되어 있고 자료가 잘 정리돼 가고 있는 공공공사 프로젝트부터 방대한 양의 기술 정보를 분야별로 집적하여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기획 단계에서 자료, 토지 선정 관련 자료, 대지분석 자료, 공모 설계 관련 자료, 건축법규 자료, 특수한 건축물, 일반 건축물의 기능에 맞추는 디자인 팩터, 실시설계 데이터, 일반 시방서와 특기 시방서, 공사비 내역서 관련 자료, 공사 일정표 작성 관련 자료, 건축물의 유지 관련 자료 등을 수집·분석해 체계화하여 저장해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디지털 정보와 데이터 수집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 정보가 중요하고 통계가 정확해야만, 다음 일이 더욱 확실해지기 때문에 이름하여 ‘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종합해 집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업한 후 토지 관련 정보를 적용한 기획 설계안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 기획 설계안을 도출하고 문제점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발주인과 상호 점검 및 적용·개선하고 수정 보완하여 보다 합리적인 계획설계안을 생성한다. 생성된 계획설계안을 기반으로 빅 데이터가 집적된 정보를 이용하여 마감재를 여러 단계별로 구분 적용하면 공사비가 큰 규모에서부터 작은 규모로 도출할 수 있다. 그래서 발주인이 감당할 만한, 또는 원하는 예상 공사비를 산출해 내어 실시설계 시작 전에 예상 공사비를 추출하고 안을 생성한다. 이 부분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발주인이 원하는 건축물의 공사비 방안을 택할 수 있다.
입면 디자인 분야에서도 건축사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의 디자인을 디지털 펜으로 스케치하고, 미심쩍은 부분은 손수 매스 모델 작업을 통해 검증하며, 사진 촬영 등 스캐너로 입력해 최적의 대안을 추출한 후 디자인에 맞는 마감재를 여러 단계로 적용해 합리적인 방안을 채택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실시설계를 하기 전 결정해야 할 부분을 합리적으로 도출하고 프롬프터에 ‘실시설계 하라’는 명령어를 넣으면 실시설계안이 도출되고, 그 설계안을 그리면서 BIM 설계를 동시 적용해 만들어낸다면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건축물의 설계가 가능한 시대가 오리라고 본다.
물론 아직 요원하게 느껴지는 점은 분명 있다. 일례로 나는 내가 원하는 수채화 한 점을 얻기 위해 생성형 AI 소프트 웨어인 ‘스테이블 ○○○’을 다운 받아 사용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먼저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사양을 살펴봐야 했는데, 결론은 뛰어난 GPU 능력이 필요했다. GPU 교체를 위해 컴퓨터 납품 회사에 견적을 받아보니 시가 200만 원 내외의 비용을 들여 구입해야만 하는 비용 부담 문제에 봉착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아직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마치 30여 년 전, 건축사사무소에 캐드 시스템이 도입되던 당시를 회상하게 했는데, 처음에는 다 그렇게 비용도 많이 들고 비싸서 도입이 어려웠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큰 비용이 아니어도 모두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있듯이, 앞으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생성형 프로그램 사용이 일반화되는 날이 도래하리라 예상한다.
다시 정리하면, 토지관련 정보와 건축물 법규 프로그램, 대지분석 자료와 발주인이 원하는 디자인 팩터를 프롬프터를 통해 입력하면 계획 설계안이 나오고, 그 안을 가지고 발주인과 소통하고 점검하면서 계획 설계안을 완성한다. 그리고 입면 디자인을 3D로 설계 또는 스케치해 소통하면서 실시설계안에 대한 사전 점검을 마치고 건축물의 실내 마감 수준이나 입면 디자인 마감 수준을 어느 단계별로 해야 하는지 사업성 분석을 통하여 결정하면, 실시설계안이 도출된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시방서와 특기시방서를 작성하게 하고, BIM 설계를 포함한 도서를 총합해 공사비 내역 프로그램을 작동하면 공사비 내역서가 도출되고 또한 공사 예정 공정표까지 도출할 수 있다.
CM(현재 시점에 건축 관련법에서는 공사비 200억 원 이상 공공공사 시는 건설사업관리_CM, 민간공사 건축법, 주택법 분야에서는 감리라는 용어를 적용 중)단계에서 적용을 살펴보면 시공사가 작성 제출한 공사 내역서를 설계단계에서 검토 확인할 수 있고, 예정공정표를 비교 검토해 합리적인 건설사업관리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VE(건축물 가치를 적용하고 기능 대비 공사비를 투입 분석하여 절감하는 기법) 단계에서 마감재 투입 단계의 재적용 검토가 가능해진다. 만일 생성형 건축 설계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VE 기법은 충분히 기능 위주로 진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즉 건축물의 골조가 완성되어 발주인이 사용할 공간에서 전망을 확보할 창문이 더 필요하다든지, 쓸모가 없는 창문이 있다든지 하는 기능 개선 위주의 설계변경 VE가 가능하고, 마감재료 적용 VE는 설계단계에서 여러 단계의 마감재 적용 검토 과정에서 이미 검증했기에 그 효용도가 줄어드는 점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감리(CM)업무 모든 부분을 전산화,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업무의 신속성, 정확성, 통일성을 기하고 공사 일정에 차질 없는 업무가 가능하리라 본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서 이미 이 건축설계, 감리 분야 생성형 프로그램을 작업 중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이 생길 수 있고, 건축설계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아버지의 차고나 서재에서, 혹는 별장에서 일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막강한 자본이 없는 젊은이들이 ‘건축설계, 감리분야 생성 프로그램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펀드를 조성하고자 홍보하여, 굴지의 자본가들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이 사업은 선도적으로, 나아가서 디지털 주권 국가의 건축인으로서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입장보다 먼저 글을 읽는 입장으로서 많은 책을 접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멀고도 먼 지식 탐구 과정의 여정에 서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부디 책을 많이 읽으시라고 권장하고 싶다. 선진국 중에 수험서를 제외한 독서량 통계에서 월 1권도 안 읽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6.6권을 읽는 미국 사람들과의 차이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계발서와 수험서만 읽지 말고 인문학 관련 책도 골고루 읽어야 한다.
인문학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어렵지 않다. 문사철(文史哲) 세 글자를 기억하면 쉽다. 문학은 우리 별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역사는 그 사람들의 사실적 기록이며, 철학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탐구 과정이기에 인문학을 접근하는 것과 정보 취득에 게을리해서는 정보화, 디지털화 되어가는 메타 세상에 자칫 미아가 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기반으로 ○○팟을 성공시켰고, 다시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즐거움을 더해 ○○폰을 탄생시키고 “인문학과 휴머니티를 기술과 결혼시켜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하며 제품을 세상에 성공시켰다. 궁극적인 목표인 ‘고객의 심장을 노래하게’ 했다는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이기에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명심하고, 자녀들에게도 진심을 다해 이 내용을 전하고 싶다.
글·그림. 조정만 CHO Jeong-Man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조정만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문학작가·뮤지션
조정만(趙正滿)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에서 출생했다.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 자격 취득 후 네이버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수필에 등단해 문학 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산문집 『요원의 들불처럼』을 출간했다. 음악인으로서도 활동하며 인류에게 좋은 취미생활을 권장하는 노래 <쏘가리>와 <꽃과 빛망울의 하모니> 그리고 <하모니 앤 앙상블>을 발표,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에서 스트리밍 하고 있다.
imatec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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