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저작권의 보호 범위와 한계 2026.3

2026. 3. 31. 10:05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Scope and Limitations of Architectural Copyright

 

 

Ⅰ. 글의 첫머리에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공간이자 시대의 미학과 기술, 사회적 가치가 응축된 종합예술이다. 그러나 건축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기능적·경제적·사회적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실용적 구조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 성격 때문에 건축물은 예술적 창작물로서의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보호된다면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건축은 대량 생산, 표준화, 복제, 재개발, 리모델링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전통적인 저작권 개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법적·윤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정신적·재산적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건축물은 공공성과 사적 재산성1)이 공존하는 특수한 대상이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무제한적으로 확대할 경우 건축 이용자의 권리, 건축주의 재산권, 도시 발전, 공공의 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


예컨대, 건축사의 의도와 무관하게 건축물이 개조되거나 철거되어야 하는 경우, 저작권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동일한 설계 개념이나 양식을 차용한 건축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창작성과 단순한 아이디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디지털 설계 시대에 건축저작권 문제는 더 이상 주변적 문제가 아니다. 건축사사무소의 생존, 프로젝트의 법적 안정성, 창작물 보호, 공공 프로젝트의 공정성, 건축문화 향상을 위해 반드시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핵심 법제 영역이다.


여기에서는 건축물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보호 대상이 되는 표현의 범위, 건축사의 동일성유지권 및 복제권의 내용과 한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더 나아가 건축주의 권리, 공공의 이익, 도시 경관의 변화, 재개발 현실 등을 고려할 때 건축저작권이 어떠한 방식으로 제한되어야 하는지도 살펴본다.

 

Ⅱ. 건축저작권의 성립 요건
건축저작권의 성립요건은 일반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일 것을 요구하되, 건축의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된다. 첫째,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일 필요는 없으나, 설계자의 개성과 선택이 공간 구성, 형태, 비례, 동선, 입면 등에 드러나야 한다.


둘째, 표현성이 요구된다. 아이디어나 기능적 발상 자체가 아니라, 도면·모형·완성된 건축물 등으로 구체화된 표현이어야 한다. 셋째, 기능·기술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서는 미적·조형적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건축은 안전, 법규, 공법의 제약을 받지만, 그 범위를 초과하는 창작적 선택이 있을 때 저작물로 성립한다. 마지막으로, 유형물 고정성이 인정되어 도면이나 건축물로 외부 인식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면 건축저작권이 성립한다.


건축저작권은 건축물이 단순한 기능적 구조물이 아니라, 설계자의 창작적 사고와 미적 표현이 반영된 하나의 저작물이라는 점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이다. 저작권법은 ‘건축 저작물’을 문학·미술 등 다른 저작물과 동등하게 보호하고 있다.2) 건축저작권은 건축사가 자신의 설계물에 대해 갖는 배타적·독점적 권리로서, 무단 복제·수정·재사용으로부터 창작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창작 환경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건축저작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건축물 또는 건축설계도가 저작물로서 표현되어야 한다. 저작권은 사상이나 아이디어 자체가 아닌 ‘표현된 형태’를 보호하므로, 설계 개념이나 구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축 도면, CAD 파일, BIM 모델, 조감도, 모형 등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저작물에는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저작권 성립의 핵심 요건으로, 설계자의 독자적인 미적·기능적 판단이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높은 수준의 예술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기존 건축양식이나 공공 구조규정에 따라 필수적으로 정해지는 요소는 창작성 판단에서 제외된다.


셋째, 저작권이 보호되는 건축 저작물은 완성물뿐 아니라 미완성 설계도도 포함된다. 건축물이 실제로 건축되지 않았더라도, 설계도 자체가 창작적 표현을 담고 있다면 저작권은 성립한다.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도 창작적 표현이 실현된 부분(예: 입면 디자인, 조형적 외관)은 보호되지만, 통상적·기능적 구성(계단 규격, 주차대수 산정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넷째, 건축저작권은 등록을 요하지 않고, 창작이 이루어진 때 자동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설계자와 발주자 간 계약에서 저작권 귀속을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는 창작자인 건축사가 권리자가 된다. 다만 이용권·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범위는 계약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은 저작물에 나타난 창작성 있는 표현이고 표현에 이르지 아니한 아이디어는 그 보호대상이 아니다. 설계도에 따라 물품을 만들거나 시공하는 것은 그 설계도에 나타난 아이디어를 이용한 것일 뿐 그 표현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설계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서 설계도에 따라 물품을 만들거나 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


복제권을 정한 저작권법 16조는 ‘저작자는 그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저작권법 2조 22호는 ‘복제’를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Ⅲ.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건축저작물은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 저작물이다.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다.


법원이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 저작물이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실제 소송에서는 건축사의 설계도면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법에 의해 보호받는 것은, “창작성이 인정되는 건축저작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내건축의 경우에도 건축물의 내부 형태에 어떤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면 이 또한 건축저작물에 포함되어 보호될 수 있다(대법원 2025. 9. 4. 선고 2023다297400 판결).

 

일반적으로,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인간의 창작성이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다만, 프롬프트 작성, 결과물 선택, 후편집, 재구성 등에서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크다면 그 결과물에 대해 인간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AI가 기존 건축물·도면·이미지를 대량 학습하여 유사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경우, 학습 단계에서의 저작권 침해, 산출물 단계에서의 2차적 저작물 작성 문제가 함께 논의된다. 실무에서 건축사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출처와 성격을 인지하고, 무분별한 상업적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Ⅳ. 실질적 유사성 및 의거성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히 복제하게 되면 복제권의 침해가 되고 이 경우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 · 증감이나 변경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한 정도이면 복제로 보아야 한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 문자 · 음 ·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다. 복제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등 참조).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11)이 있다는 점 외에도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건축물은 건축주와의 계약, 건물의 시공, 허가절차 등에 의하여 완성되는 것으로, 건축저작물은 건축사가 건축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스케치, 도면 및 모형 제작 등의 단계를 거쳐 건축물을 완공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건축 설계가 건축적 아이디어의 착상, 선택, 배열, 조합, 변형 등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건축적 아이디어들은 건물 전체의 관점에서 구체적 표현에 해당하므로 이들의 유사성으로 인해 건물 전체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 할 수 있다.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두 저작물 사이에 의거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는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의 판단과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판결).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다18736 판결).

 

원저작물이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저작권법이 정한 창작물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창작성이 없는 표현 부분에 대해서는 원저작물에 관한 복제권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70520, 70537 판결 등 참조).


Ⅴ. 건축저작권의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건축저작권은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건축사의 창작 활동을 보호하고 건축서비스 산업의 품질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건축물이 기능적 구조물에서 벗어나 도시경관, 문화적 정체성, 상업적 가치까지 결정하는 창작물로 인정되면서 설계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보호하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건축저작권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무에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이다. 설계도면은 건축사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집약된 결과물로, 무단 사용이나 변형은 경제적·명예적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저작권을 명확히 해두면 발주자나 시공사에 의한 도면 재사용·변경·유출을 법적으로 방지하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둘째, 설계계약에서 저작권을 명확히 규정하면 분쟁을 예방하고 프로젝트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건축저작권을 이해하면 설계물의 2차적 저작물작성(리모델링·증축·변경 설계)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정확히 안내할 수 있어 실무의 전문성이 강화된다.


건축사가 저작권 이해를 소홀히 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발주자가 기존 도면을 제3의 설계자에게 제공해 변경 설계를 의뢰하는 경우, 건축사가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하면 설계물이 무단으로 재사용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저작권 조항을 계약서에 넣지 않거나 불명확하게 규정하면,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과정에서 도면의 이용 범위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건축저작권은 현대 건축 환경에서 건축사의 직업적 권리와 창작적 가치를 보호하는 필수 수단이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무에 반영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건축 서비스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Ⅵ. 건축저작권 분쟁의 원인
건축저작권은 건축물의 창작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포괄하는 독특한 법 영역이다. 건축물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예술적 창작물인 동시에 사회적·기능적 시설로서 공적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건축 분야의 저작권 분쟁은 단순한 저작재산권 침해 문제를 넘어, 발주자·건축사·조합·시행사·시공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다층적이고 구조적인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건축설계는 단순한 도면 제작을 넘어 창작성·예술성·기술적 전문성이 결합된 저작물 창작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인식 부족, 발주 구조의 불합리, 공사과정의 설계변경, BIM·3D모델 공유 확대, 표준계약서 미이행 등으로 인해 건축저작권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상업시설 리모델링 등 기존 건축물을 변경·증축하는 과정에서 기존 설계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거나 저작권 조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설계·감리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 건축환경에서 건축저작권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건축물이 단순한 기능적 구조물이 아니라 창작적 표현이 결합된 저작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건축이 기술·시공 중심 영역으로 여겨져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으나, 도시경관·브랜드 건축·창의적 공간 설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건축의 창작성이 법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저작권 분쟁의 가장 근본적 배경이다.

 

첫째, 설계도면·BIM·3D 모델 등 디지털 설계물의 확대가 분쟁을 크게 늘렸다. 디지털 설계물은 복제·전송이 용이해 도면의 무단 공유, 제3자 제공, 변경 설계 의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조합·발주자·시공사가 “참고용”이라는 표현으로 도면을 전달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설계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 저작권 침해로 이어진다.


둘째, 발주자와 설계자 사이의 저작권 이해 부족 및 인식차가 큰 갈등을 만든다. 발주자는 설계비 지급을 이유로 도면의 소유와 저작권까지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오해하는 반면, 설계자는 도면의 저작재산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인식 차이가 설계 변경, 시공사 교체, 리모델링, 재건축 과정에서 반복적인 분쟁으로 나타난다.


셋째, 계약서의 불명확성은 분쟁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다. 설계계약서에 도면 납품범위, 저작권 귀속, 2차적 저작물 작성 허용 여부, 원본 제공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경우,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고 분쟁이 확대된다. 표준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거나, 저작권 조항을 생략한 계약은 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넷째,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사업 구조에서 이해관계자의 교체가 잦아 도면의 무단 사용이 있을 수 있다. 조합이 시공사 또는 설계사를 교체하면서 기존 도면을 새로운 업체에게 넘기고, 이를 기반으로 변경 설계를 진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섯째, 건축물의 외관·입면 디자인에 대한 유사성 논란도 저작권 분쟁을 증가시킨다. 트렌드화된 디자인과 독창적 표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경쟁 개발사업 간에 디자인 모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Ⅶ. 구체적 분쟁 사례
1.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의 설계도면 사용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설계도면의 이용 여부와 범위가 문제가 된다. 사업의 특성상 다수의 이해관계자 - 조합, 시공사, 설계사, 감정평가사 등 - 가 참여하고 사업 기간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설계도면의 저작권과 이용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법적으로 설계도면은 건축사의 창작적 표현이 담긴 저작물이므로, 조합이 설계비를 지급했다 하더라도 자동으로 모든 이용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조합이 갖는 것은 원칙적으로 목적 달성을 위한 통상적 이용권에 불과하다. 도면을 제3자에게 제공해 변경 설계를 하도록 하거나 재사용하는 경우에는 원 설계자의 저작 재산권(특히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기본계획 - 건축심의 - 사업시행인가 - 시공사 선정 - 관리처분계획 등 다양한 단계에서 설계도면이 반복적으로 수정·보완되므로, 각 단계마다 도면의 버전(Version)과 권리관계가 달라진다.

 

초기 개념설계·정비구역 지정용 도면, 사업시행인가용 도면, 실시설계 도면은 저작권법상 별개의 창작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합이나 시공사가 “우리는 과거에 받은 도면이 있으므로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오해하는 경우 분쟁이 복잡해진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설계계약서에 저작권 귀속·이용허락 범위·2차적 저작물 작성 가능 여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조합은 도면을 제3자에게 제공하기 전 반드시 원 설계사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고, 설계사는 각 단계별로 창작성 있는 부분을 기록해두어 권리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시공사 교체 또는 설계 변경이 예상되는 경우, 권리관계를 사전에 검토하는 저작권 리스크 진단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설계용역 해지 후 도면 사용
설계용역 계약이 해지된 후 발주자가 기존 설계사의 도면을 계속 사용하거나 제3의 설계사·시공사에게 넘겨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설계용역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해서 발주자가 자동으로 도면의 자유로운 이용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설계용역이 중도 해지되면 발주자는 통상적으로 해지 전까지 완성된 도면의 시공 목적 내에서의 제한적 이용권만 가질 뿐이다. 도면을 제3자에게 제공하여 변경·증축·리모델링 설계를 맡기거나, 후속 설계단계를 다른 설계사에게 의뢰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① 발주자가 계약 해지 후 기존 설계안을 토대로 새로운 설계사에게 수정 설계를 지시하는 경우, ② 시공사가 설계안 변경을 이유로 다른 설계사를 선임하면서 기존 도면을 그대로 제공하는 경우, ③ 발주자가 설계 변경 또는 시공사 변경 과정에서 도면을 전체 또는 일부 재사용하려는 경우 등이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설계계약 체결 시 저작권 귀속과 이용범위, 특히 해지 시의 도면 사용 가능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해지 시점까지 작성된 도면을 발주자가 사용하려면 원 설계자의 별도 서면 동의 또는 추가 이용료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발주자와 시공사는 기존 설계안을 변경하거나 재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사전 법률 검토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3. 리모델링 과정에서의 동일성 유지권
리모델링 사업에서는 기존 건축물의 구조·외관·내부 공간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원 설계자의 동일성 유지권 동일성 유지권은 저작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함부로 변경·왜곡·훼손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권리로서, 저작재산권과 달리 양도나 포기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인격적 권리이다.

이 문제 된다. 건축물도 창작적 표현을 담고 있는 이상, 일정 범위에서 동일성 유지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리모델링에서 동일성 유지권 문제가 복잡한 이유는 건축물의 특성 때문이다. 건축물은 사용성과 안전성, 법령 기준에 따라 변경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고, 기능 개선·공간 활용·시장 요구에 따라 외관이나 구조를 크게 바꾸는 일이 빈번하다. 어떤 변경이 ‘필요한 기능적 변경’인지, 반대로 ‘창작적 요소를 침해하는 변경’인지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조보강, 내진 설계 강화, 법규 충족을 위한 필수 변경은 동일성 유지권 침해로 보기 어렵지만, 설계자의 미적 의도나 공간 개념을 왜곡하는 과도한 변경은 침해가 될 수 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축물의 입면 비례·패턴·색채·조형구조를 전면 변경하여 원설계자가 의도한 건축적 분위기와 정체성을 크게 훼손한 경우, 설계자의 인격적 권리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원 설계자의 명예와 평가에 손상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건축물을 변경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리모델링 계획 수립 단계에서 원 설계자의 창작적 요소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범위의 변경이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전문가 검토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원 설계자와 사전 협의 또는 동의 절차를 마련해 변경 범위를 합의해두면 분쟁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리모델링 설계자는 자신의 설계가 기존 건축물의 창작적 중심부를 과도하게 변경하지 않도록 법적·윤리적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4. 도면 납품범위 및 저작권 귀속
건축설계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중 하나가 도면 납품범위와 저작권 귀속에 관한 분쟁이다. 설계도면은 건축사의 창작적 표현이자 건축물의 실현을 위한 핵심 자료이기 때문에, ‘어떤 도면을 납품해야 하는지’, ‘완성된 도면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수급인이 납품한 도면을 발주자가 어떤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없으면 분쟁이 불가피하다.

 

도면 납품범위는 설계계약 단계에서 설계사무소가 작성해야 하는 도면의 종류와 수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기본설계도(배치도·평면도·입면도·단면도 등)만 납품 대상인지, 실시설계 도서(세부 시공도, 구조·기계·전기설계 포함)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한 해석이 달라 발주자와 설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다.

 

도면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인 설계자에게 귀속된다. 발주자가 설계비를 지급하더라도 저작권 자체가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발주자가 가지는 것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용허락권(사용권)에 불과하다. 발주자가 도면을 제3자에게 제공하여 변경·재사용·2차적 설계에 활용하는 경우, 설계자의 저작재산권- 특히 복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작성권 -을 침해하게 된다.

 

분쟁은, ① 발주자가 설계단계별 도면 납품 요구를 할 때, 설계자는 “해당 단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 ② 해지 또는 계약 변경 후 발주자가 기존 도면을 새로운 설계사·시공사에게 제공하는 경우, ③ 발주자가 “도면을 소유하므로 마음대로 변경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도면의 소유와 도면의 저작권을 혼동하는 것이 전형적 원인이다. 설계계약서에서 도면 납품범위를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저작권 귀속은 원 설계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발주자가 사용할 수 있는 이용 권한의 범위(시공목적 사용, 인허가 제출용 등)를 제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도면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변경 설계를 하려는 경우 원 설계자의 사전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발주자와 시공사는 도면을 재사용하거나 수정할 때 저작권 침해 리스크 진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면 납품범위와 저작권 귀속 분쟁은 ‘계약의 불명확성’과 ‘저작권 이해 부족’이 결합해 발생하며, 명확한 계약 조항과 사전 협의가 분쟁을 막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5. 기존 설계도면을 다른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경우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공사 교체, 설계사 변경, 사업비 절감 등의 이유로 새로운 설계사에게 기존 도면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조합이 임의로 도면을 제3의 설계사에게 제공하여 수정·보완 또는 재설계를 시키면, 이는 원 설계사의 복제권·배포권·2차적 저작물작성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시공사 교체 시 조합이 기존 설계안을 새 시공사에게 제공해 입찰안·공사계획서 작성에 사용하게 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조합 내부에서는 동일 부지·동일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면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우가 있으나, 저작권법상 이러한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면의 이용범위(시공 목적 사용 한정), 제3자 제공 금지, 설계사 변경 시 도면 사용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기존 설계사의 서면 동의가 없다면 어떠한 형태의 도면 제공도 금지된다.


기존 도면을 활용해야 한다면 기존 설계사에게 공식적으로 변경 설계를 의뢰하거나 협업 구조를 제안하는 것이 안전하다. 실무자들이 ‘도면 소유’와 ‘도면저작권’을 혼동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도면 제공·열람 기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6. 외관·입면의 유사성
건축물의 외관과 입면(立面)은 설계자의 미적 감각과 창작적 판단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가 자주 문제되는 분야이다. 외관 형상, 입면의 비례·패턴·창호 구성, 재료 선택, 조형적 라인 등은 단순한 기능적 결과물이 아니라 설계자의 창작적 표현일 수 있으므로, 타 건축물이 이를 모방해 유사한 형태를 갖추면 저작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다.

 

외관·입면의 유사성 판단에서 핵심은 창작성 있는 표현 요소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이다.20) 설계자가 의도한 독창적 디자인 - 예컨대 특정 곡선 패턴, 수직·수평 리듬, 독특한 재료 조합, 상징적 파사드 구성 - 이 다른 건축물에서 반복되면 침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상업시설·공동주택·도시형 생활주택 등에서 트렌드화된 디자인이 많아 모방과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정 브랜드 건축물의 아이덴티티를 차용하거나, 경쟁 개발사업에서 유사한 입면을 반복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설계사는 자신의 디자인 보호를 위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으며, 반대로 개발사는 “건축 트렌드에 따른 일반적 표현”이라고 항변하는 구조가 흔하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설계 과정에서 창작 의도와 독창적 요소를 설계 설명서·스케치·회의록 등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유사한 외관 설계를 검토할 때는 해당 요소가 보편적 건축 표현인지, 또는 특정 설계자의 개성이 반영된 표현인지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 개발사·시공사는 기존 건축물과 유사한 입면을 사용 할 경우 저작권 침해 가능성 진단을 선행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7. 설계비 미지급과 저작권 귀속
실무에서는 설계비가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자가 도면을 사용하거나, 저작권 귀속을 주장하는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설계비 미지급과 저작권 귀속 문제는 별개의 법적 이슈이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서로 얽혀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저작권 귀속은 설계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다. 도면의 저작재산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인 설계사에게 귀속되며,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발주자가 도면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도면은 설계비 지급과 별개로 저작권법에 의해 자동 보호되는 창작물이다.

 

발주자가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도면을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이는 단순한 대금 분쟁을 넘어 저작권 침해 문제로 확장된다. 설계비 미지급 자체는 계약 위반 또는 부당이득 문제로 다투게 되지만, 도면 무단 사용은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으로 이어진다.


건축사는 설계용역계약에 따라 기본·실시설계를 수행하였는데, 건축주는 각종 사유를 들어 설계비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건축주가 설계도면을 이용해 다른 시공사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거나, 소규모 수정만 거쳐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건축사는 설계용역대금 청구와 건축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계약서에 설계비 지급 시점과 도면 사용 가능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설계비가 지급되지 않은 경우 발주자는 도면 사용을 중단하고, 변경 설계·제3자 제공을 하지 않아야 한다. 설계사는 설계비가 지급되지 않은 단계에서 도면 사용이 확인되면 즉시 저작권 침해 경고 및 사용중지 요청을 해야 한다.


8. BIM 모델·3D 설계 데이터의 저작권 귀속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모델과 3D 설계 데이터는 현대 건축설계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기존 2D 도면보다 훨씬 정교한 정보·형상·시각화를 제공한다. 이들 모델은 구조·기계·전기 등 각 분야의 설계정보가 통합되어 있고, 공간 구성·재료·시공 순서까지 반영되므로 고도의 창작성이 포함된 저작물로 평가된다. BIM 모델과 3D 설계 데이터 역시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며,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이를 창작한 설계자에게 귀속된다.


BIM 모델은 단순한 ‘정보 집합’이 아니라 설계자의 판단과 창작적 표현이 내재된 표현물이다. 공간 배치, 구성 요소의 선정, 시각화 방식 등은 설계자의 독창적 표현이므로 저작권 보호 범위에 포함된다. BIM 모델은 여러 참여자(건축·구조·기계 등)가 공동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의 공동저작물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이 경우 각 분야 설계자가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공동저작물로 인정되며, 그 이용에는 공동저작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분쟁은 발주자 또는 시공사가 BIM 원본 파일을 요구하면서 발생한다. 발주자는 유지관리·시설관리 목적을 이유로 원본 제공을 요청하지만, 설계자는 무단 수정·재사용 위험 때문에 제공을 꺼린다. BIM 파일을 제공하더라도 저작권이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이용허락 범위(유지관리 목적인지, 변경 설계 허용인지)를 계약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발주자가 BIM 데이터를 새로운 설계사에게 넘겨 변경 설계를 지시하면 이는 2차적 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BIM 모델은 일반 도면보다 많은 설계 정보가 내재되어 있어, 무단 재사용 시 손해 규모가 크고 분쟁이 복잡해진다.


Ⅷ.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사건
건축사들이 업무에서 사용하는 컴퓨터프로그램 중 저작권 침해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설계·제도·렌더링·사무관리 소프트웨어이다. 대표적으로 CAD·BIM 계열(예: AutoCAD, Revit), 3D 모델링·렌더링 프로그램(예: SketchUp, 3ds Max, Lumion), 구조·에너지 해석 프로그램, 그리고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한다.


저작권 침해는 주로, ① 무단 복제·크랙 버전 사용, ② 1인용 라이선스를 사무소 여러 대에서 사용하는 행위, ③ 퇴사자 계정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 ④ 학생용·체험판을 상업 설계에 사용하는 경우에서 발생한다. BIM·렌더링 프로그램은 라이선스 감사(audit)가 잦아, 적발 시 고액의 합의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된다.


프로그램별 라이선스 유형(개인·기업·네트워크·구독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제 사용 환경에 맞게 계약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 관리대장을 만들어 설치·사용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직원 교육을 통해 학생용·불법 버전 사용의 법적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하여, 저작권자는 자신이 현실적으로 입은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저작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

 

Ⅸ. 건축저작권 소송
건축저작권 소송은 일반 저작권 소송과 달리 전문성과 복잡성이 높은 분야이다. 건축저작물은 단순한 도면이 아니라 공간 구성, 형태, 비례, 외관의 창작성이 결합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저작물성 인정 여부부터 다툼이 발생한다. 기능성과 안전성, 법규 준수 요소가 강해 창작적 표현과 비창작적 요소를 구별하는 작업이 쟁점이 된다.


사실 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기본설계, 실시설계, 변경설계, 시공 과정에서 여러 주체가 관여하므로 누가 어느 부분을 창작했는지, 기존 설계의 단순 변형인지 새로운 창작인지 판단이 어렵다. 이로 인해 감정 절차, 전문위원 의견, 유사성 비교 분석이 소송의 중심을 이룬다.


소송 진행 과정은 보통 ① 저작물성 및 권리귀속 판단 → ② 침해 여부(실질적 유사성, 의거성) 검토 → ③ 손해 발생 및 손해액 산정 순으로 진행된다. 손해액 산정에서는 설계비, 공사비, 이익률, 사용 범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 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공사중단 가처분, 설계도면 사용금지 등 보전처분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건축저작권 소송은 단순한 법률 분쟁을 넘어, 건축·기술·사업 구조를 함께 이해하는 종합적 대응이 요구되는 고난도 소송이라 할 수 있다.


Ⅹ. 건축저작권 분쟁 방지 방안
건축저작권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 - 설계·시공 단계 - 사후 관리 단계 전 과정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예방의 핵심은 ‘명확한 계약, 기록의 축적, 사전 합의’이며, 이는 불필요한 분쟁과 막대한 손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첫째, 계약 단계의 명확화가 핵심이다. 설계계약서에 저작권의 귀속 주체, 이용 범위(신축·증축·리모델링·재사용 여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제3자 제공 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실무적인 저작권 조항은, 저작권의 귀속, 사용 허락의 범위, 재사용·2차적저작물 작성의 허가 조건, BIM·3D 파일의 제공 범위와 사용 조건, 성명표시·동일성유지에 관한 합의, 분쟁 시 관할법원 및 해결 절차 등으로 구성된다.

 

둘째, 설계 변경 관리의 철저화가 필요하다. 설계 변경, 표준도면 활용, 유사 설계 적용 시에는 반드시 사전 협의와 서면 합의를 거쳐 변경 범위와 권리관계를 확정해야 한다. 구두 합의나 관행에 의존하면 향후 침해 주장에 취약해진다.


셋째, 저작물 관리와 증빙 확보가 중요하다. 원본 도면, 수정 이력, 이메일·회의록 등 설계 과정 전반을 체계적으로 보관해 창작 경과와 기여도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저작 가능성이 있는 경우 기여 비율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넷째, 전문가 자문과 사전 점검을 활용해야 한다. 계약 체결 전 변호사·건축저작권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위험 조항을 제거하고, 분쟁 발생 시 대응 절차(관할, 조정·중재 여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XI. 건축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건축저작권 분쟁이 발생하면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 모두에게 중대한 피해와 손해가 초래된다. 경제적 손해로는 설계도면 사용 중지, 공사 중단,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설계비·공사비가 발생하고, 손해배상청구25)나 부당이득반환청구로 예기치 못한 금전 부담이 커진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비용 증가와 분양 지연에 따른 기회손실도 뒤따른다.


사업 지연 및 계약상 손해도 크다. 저작권 침해 판단이 내려지면 공사 중단 가처분이나 사용금지 조치로 일정이 붕괴되고, 하도급·분양·임대 계약 위반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위약금 부담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법적·행정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민사상 손해배상 외에 형사 책임 가능성, 행정기관의 인허가 지연·재검토 등 2차 피해가 발생한다. 건축사와 건축주 간 신뢰가 붕괴되고, 업계 평판 악화로 향후 수주와 협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저작권법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6조).


저작재산권자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게 그 침해행위로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하여 그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에 의하면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침해자가 침해행위에 의하여 받은 이익의 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의하면 저작권자는 침해자에 대하여 ‘저작권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설계도면과 같은 건축저작물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원고 설계도서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을 허락하고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말하는 것으로, 설계용역비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XII. 글을 맺으며
건축저작권은 21세기 건축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적 분쟁 영역 중하나가 되었다. 설계도면의 무단 사용, BIM 자료의 전용, 건축물의 리모델링과 증축 과정에서의 동일성유지권 문제, 설계용역 대금 미지급과 도면 도용 간의 결합 분쟁, 공모전 당선작의 권리 귀속 문제 등 다양한 유형의 갈등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반 설계환경의 확산과 BIM·3D 모델링·AI 설계 도구의 등장으로 건축저작권의 보호 범위와 판단 기준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건축사사무소 내부 인력의 도면 유출, 협업사 간 권리 충돌, 공공 발주기관과의 저작권 귀속 갈등 등 실무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건축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건축이 지닌 공공성과 기능성을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건축물은 순수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기능적·기술적 요소와 미적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 산물이므로, 저작권 보호 역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첫째, 보호의 범위와 관련하여, 건축저작권은 건축물의 독창적인 표현에 한정되어야 하며, 구조·기능·공법·건축 기술 등 아이디어나 실용적 측면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아이디어 - 표현 이분법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건축의 발전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한계이다.


둘째, 건축저작권은 공공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도시 경관, 안전, 환경, 공공복리 등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으며, 특히 공공건축물이나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저작권보다 공익이 우선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개조, 증축,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는 건축물의 이용 목적과 현실적 필요를 고려하여 유연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건축저작권의 보호는 건축의 특수성으로 인해 절대적일 수 없으며, 창작 보호와 공공성, 기능성, 산업적 필요 사이의 균형 속에서 해석·운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균형적 접근이 건축문화의 발전과 건축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동시에 가능하게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cd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