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 연가 2018.04

2022. 12. 1. 10:10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

Gwanghallu Love Sonata

 

남원 광한루원을 가본 적이 있는가. 한국정원의 백미, 전통 건축물의 집합체로서의 그곳은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 건축인의 답사 필수지역일 뿐만 아니라 조경학 전공자에게 두 말할 나위 없는 중요한 학습장소이다. 달나라 궁전 광한청허부를 본 따서 지상에 실현해 놓았다는 전설은 건축물과 조경시설 곳곳에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 춘향전,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시작 공간이다. 남원시민에겐 일상의 분주함을 이곳에 와서 쉬면서 풀어낼 수 있고, 자연과 조화되는 풍경과 건축물 조경수 등이 어우러져 시와 노래를 읊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 훌륭하게 인식되고 있다. 남원시민은 이 공간이 있음으로 인해 문화 자긍심을 가지며 살고 있다. 남원은 예부터 도로망이 집결되고 분산되는 교통 요충지다. 그리고 지리산 계곡을 타고 내려온 물과 덕유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이합쳐진 요천강이 도심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다. 요천강 상류 여러 갈래의 물은 풍부한 유기물이 함유되어 있어 그야말로 농지의 젖줄이다. 지리산 높은 곳 정령치에서 바라보면 이곳은 마치 도가니 모양을 한 분지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지 논과 밭에 쏟아지는 찬란한 햇빛과 바람, 맑은 물 그리고 농부의 땀이 함께 어우러져 맛있는 곡물류와 과일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지리산에서 자란 각종 산물과 더불어 남원은 맛과 멋, 인심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풍류의 고장이다. 예향 남원은 도로망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근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모이고 이제는 세계인이 다녀가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자료 : 남원광한루원 홈페이지

 

나는 광한루원 내에 각종 전통건축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입면양식 그리고 지붕에 대해서 글로 표현하고 싶다. 숫기와와 암기와가 골을 이루며 상부에서 땅으로 내려와 건축물 입면 면적 절반을 차지하는 지붕. 그 지붕의 수직적 골 구조미와 검정 색상 그리고 주변 산세와 어우러지는 용마루의 우아한 곡선, 아울러 처마와 부연에서 들어 올려지는 모양이 마치 버선코를 닮은 듯한 형상과 부챗살처럼 찬란하게 펼쳐지는 서까래와 부연의 향연을 보면서, 우리는 전통건축을 감상하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건축의 용마루와 처마 곡선은 하늘을 찌를 듯한 날카로움이 있고 일본 건축에서는 인공적인 직선만이 보이지만 우리의 전통건축 지붕양식은 언뜻 보면 그들의 지붕과 비슷한 듯 생각할 수 있으나 면밀히 따져 보면 이렇게 확연히 다르다.

 

광한루원을 입장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맞배지붕 형태의 정문, 청허부를 만난다. 맞배 지붕은 손바닥을 마주 세워서 무언가를 소중히 보호할 때를 연상케 하는 지붕형태이고 가장 기본적인 비와 바람을 피하게 하는 덮개 형태이다. 인류가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비와 눈, 바람 등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서 덮개 기능을 하는 것이 지붕인데 비가 내리면 빗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기능을 위해, 눈이 내리면 적설 후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릴 수 있는 효과를 발현하기 위해 지붕은 뾰족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즉 중앙 부분을 높게 하고 아래 귀퉁이 부분으로 경사를 주는 형태이다. 빗물, 눈 녹은 물은 흐르지 않고 모여 있으면 누수나 부패의 원인을 제공하기에 지붕 구배주기는 방수의 기본이 되고 있다. 맞배지붕이 세 개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부분을 높게 하여 출입문이 눈에 띄는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해 중앙부는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오르는 삼문 솟을 대문 형태로 정문 청허부는 지어져 있다.

 

자료 : 남원광한루원 홈페이지

 

정문을 지나면서 왼편에 연못이 있고 그 너머에 있는 정자를 향해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면 다양 다채로운 형태 팔작지붕을 겹겹이 갖춘 완월정을 마주하게 된다. 완월정에서는 해마다 오월이면 춘향선발대회 및 판소리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는데, 그 주 무대가 바로 완월정 수상무대이다. 호수 앞 객석에서 완월정을 올려다 바라보는 것은 매우 아름답다. 그것은 하늘 위에서 아래로 건물을 보았을 때 평면 모양이 동쪽으로 향하여 철()자 모양이고 철자의 앞쪽인 객석에서 보면 정자를 우러러 보는 형태라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모습은 호랑이가 바위에서 머리를 쳐들고 포효하는 형상이다. 이름하여 호두각(虎頭閣)집이라 명하고 있는데 철자 모양의 평면에 따라서 지붕처마가 겹겹이 펼쳐지므로 아래에서 위로 보는 것은 완월정 중앙부 처마와 양옆의 처마가 보는 이의 눈 중앙 점을 중심으로 모이고 반대로 보면 퍼지는 햇살처럼 뻗어 나가기 때문에 서까래와 부연이 중첩되는 선들의 향연은 우리 눈앞에서 현란하게 펼쳐진다. 수상무대인 완월정에서 명창의 판소리가 울리고 무대 아래에서 감상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 때의 감흥은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울리고 영혼이 춤추는 것을 체험하게 되리니. 특히 완월정은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저녁에 그 이름 그대로 달구경을 완연히 할 수 있는 정자이다. 저녁에 경관조명을 한 완월정은 검푸른 하늘에 대비되는 휘황찬란한 빛과 선들의 향연을 펼치면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면을 호수에 비치고 관람자는 그 모습 두 가지로 인해 더욱 환상적 경관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완월정 내부에서 밖을 내려다보는 것이나 달을 올려다보는 것은 또한 어떤가. 달 놀이를 하는 공간으로서 이름 지어진 완월정(玩月亭),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구경거리인 달. 그 달을 온전히 감상하며 시를 짓고 노래를 하며 벗과 함께, 님과 함께 여흥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완월정은 정말 아름답다.

 

완월정 뒤로 가면 초가지붕의 월매집을 만난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그곳에서 백년가약을 맺고 사랑을 확인했던 집이다. 그곳의 지붕은 초가집 공통의 지붕형태인 모임지붕 형태이다. 초가는 가능한 1년에 한 번은 지붕 보수공사를 해야만 한다. 뭐든지 분해하고 녹여버리는 강렬한 태양 빛은 초가의 볏 잎도 그냥두지 않고 분해하기 때문이다. 초가지붕은 짚을 엮어서 지붕 개판 맨 아랫단부터 펼쳐서 한 단을 두른다. 그렇게 차근차근 다음 단을 겹쳐서 덮어 올리려면 모임지붕 형태를 유지하여야 짚 이엉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기에 그 형태는 우진각 지붕으로 모양을 잡는다.

 

월매집을 지나면 정원의 본채인 광한루를 촬영하기 제일 좋은 구도 점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바라보면 오작교와 광한루는 남 서측에서 비춰주는 햇빛이 찬란한 오후 세시 즈음이 빛의 대비가 가장 명확한 시각이 된다. 오작교는 홍예(아취)가 네 개인데, 까치()가 칠월칠석에 머리를 맞대어 다리 놓기를 한 것에 기인하여 만든 다리이다. 광한루는 우리땅의 누각 중 4대 누각이라 칭하며 그중 보존역사와 아름다움을 최고로 손꼽는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등 누각 건축물 공통 특징인 넓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회와 강학 그리고 공연 등이 펼쳐지는 특성상 정면 다섯 칸 이상의 대규모 공간이기에 지붕 또한 큰 공간을 덮을 수 있는 팔작지붕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팔작지붕은 맞배지붕과 우진각 지붕의 합각이므로 합각지붕이라고도 불리운다. 지붕 윗 부분은 맞배 모양이고 아랫 부분이 우진각 모양이 합쳐진 형태이다. 우리 전통 건축 지붕의 화려함과 우아함이 잘 조화된 지붕형태인 광한루 팔작지붕.

 

우리는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운 만큼 또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잘 보기위해서는 오랫동안 머물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머무르고 살펴보면 깨닫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 그 체험을 바탕으로 시나 글, 노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니. 이렇듯 우리 전통문화 공간을 알고, 깊게 보며, 느끼며 표현할 수 있는 예술로 승화하는 일은 그래서 숭고하다.

 

. 조정만 Cho, Jeongman KIRA ()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