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31. 12:00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Part and Whole
미술관에 가면 한걸음 물러서서 커다란 작품의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기도 하고, 관람이 가능한 최소한의 거리까지 다가가 작가의 붓 터치까지 살펴보기도 한다. 작품 안에 담겨 있는 주제와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동시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었음을 느끼며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의 작은 움직임까지 상상해보고 싶어서이다. 건축에서도 이러한 작품 관람 방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큰 규모의 건축물을 배치하고 계획하는 입장에서는 주변 가로 및 인접 건축물과의 관계, 도시 맥락 속에서의 역할을 살피기도 하고, 때로는 상세한 부분의 도면을 결정하는 입장에서는 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두드려보며 질감과 두께, 접합 방식을 가까이에서 세심하게 살펴보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의 작품을 거시적·미시적인 시각을 동시에 가지고 바라보게 될 때면,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라는 책을 떠올리곤 한다. 학창시 절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있어 구입했을 때는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었으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쳐보니, 왜 그 책이 권장도서였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양자역학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서라기보다, 물질의 근원이 되는 원자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해 우주와 인간의 삶,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한 통찰로 나아간다. 부분을 탐구하는 과정이 어떻게 전체를 향한 사유로 확장되는지 보여주는 대목들은 독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과학에서 시작해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윤리의 문제로,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과해져 탐욕으로 치닫지 않도록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는 균형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여전히 가까운 책장에 두고, 때때로 꺼내어 몇 페이지씩 다시 읽어보곤 한다.
미술작품 관람법을 건축작품에도 적용하게 될 때, 마치 좋은 작품을 만난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게 된다. 모퉁이를 돌아 저 멀리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에는 설계자가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도록 의도했는지 상상해 보고, 점점 다가가며 건물의 비례와 입면의 리듬을 읽어본다. 내부로 진입하여 공간을 체험하면서는 기능적인 측면이 얼마나 충실히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가까이에서 작은 디테일을 들여다보며 전체가 완성되기 위해 투입된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 호의 표지작처럼 마감재의 줄눈이 다른 구성요소와 정확히 맞물리고, 구조체와 계단, 난간 등 여러 요소가 일관된 질서를 이루어낼 때는 짜릿한 감동이 밀려온다. 그것은 단순히 ‘잘 지어진 건물’을 보는 기쁨을 넘어, 부분과 전체가 조화롭게 호흡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데서 오는 울림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작은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흠집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마감의 완성도에 따라 가격 차이를 기꺼이 인정한다. 깔끔한 마감과 세심한 디테일에 담긴 가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건축에 대해서는 그러한 가치가 충분히 이해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물론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작용하겠지만,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장 크고 비싼 ‘물건’이라 할 수 있는 건축의 가치가 보다 폭넓게 인정되기를 바란다. 이는 건축사의 전문성과 책임 있는 노력, 그리고 건축주와 사용자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부분과 전체를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는다면, 건축 또한 그에 걸맞은 존중을 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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