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건축사, 세상을 만든다 2024.12

2024. 12. 31. 11:10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Many average architects, maketh the world

 

 

 

학창 시절, 해마다 11월 중순이 되면 밤에 이불을 두르고 친구들과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자자리 유성우를 보는 것이 매년의 이벤트였다. 나는 길어봐야 한 시간 정도 유성 몇 개를 보고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왔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며 수많은 별들과 유성을 마주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유성을 바라보며 어떤 소원을 빌고 싶었을까.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을까.

처음 건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건축사가 되면 세상 모든 건축물들을 다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시티(SimCity) 같은 게임처럼 넓은 땅에 선을 주욱 그려내면 도시가 만들어지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쓱쓱 그려내면 멋진 건축물이 만들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법규를 검토하고, 기술적인 내용을 확인하며, 예산에 맞춰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맞다. 하나의 작은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도 이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을 건축사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축물, 도시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진 건축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옛 도시를 살펴봐도 대성당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개의 집과 상점들이 도시 가운데 함께 존재하고 있다. 건축사지 이번 호에 소개되는 내용은 건축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다른 많은 건축 전문잡지들이 더욱 독특하고 특별한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건축사지는 건축상을 수상한 우수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수많은 건축사들이 우리 도시와 우리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는다. 우리 주변의 많은 건축물들이 건축사의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담아 만들어지고, 이것의 가치가 더 많이 이야기되고 소개되기를 바란다.

‘보통의 건축사’라고 표현하면 아쉽게 느끼실 분도 있겠지만, 건축은 작품인 동시에 사용자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에 특별함과 일상성을 함께 가진다. ‘보통의 건축’에서 각각의 의미를 찾고 싶고,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도시 풍경이 더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의 표현이다. 내가 설계한 건축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에 기대어 함께 있듯, 우리 건축사들도 함께 있을 때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힘든 한 해를 지내고 계실 것이지만 생각해 보면 또 금세 한 해가 지났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진 상황들을 꿈꾸고 기대해 본다. 겨울의 시작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스타 아키텍트도 좋지만 우리 모두가 밤하늘을 함께 수놓고 있는 스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